나는 너희들 곁을 떠나는구나
비바람 속에서도 다시 피던
봉숭아 잎이 안개비에 젖고
뒤뜰에 열지어 선 해바라기들도 모두 고개를 꺾었구나
세월의 한 구비가 이렇게 파도칠 때마다
다 못 나눈 정만 흥건히 담아둔 채
어린 너희들의 가슴에 잔물지는 아픔을 심는구나
우리 꼭 다시 만난자
이 짧은 세상에 영원히 같이 하는 사람은 없지만
너희들이 자라고 내가 늙어서라도
고맙게 자란 너희들 손을 기쁨으로 잡으며
이 땅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하나 되어 다시 만나자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 도종환
Posted by 긴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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