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 고시촌 ‘배짱’ 운영… 카드 안받고, 밥값 떼먹고

출처 :
국민일보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시생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감정평가사를 준비 중인 박모(37)씨는 지난 3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여느 때처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평소 다니던 S식당을 찾았지만 ‘공사중’이란 쪽지가 붙은 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박씨는 지난 1월 S식당에 24만원을 내고 식권 100장을 구입했고 30여장(7만원 상당)이 남은 상태였다.

그러나 S식당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공사를 하지 않았고 주인은 연락이 끊겼다. 사기당했다는 걸 눈치챈 박씨는 식권을 구입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을 수소문했다. 한 달 동안 70여명이 피해 사실을 알려왔고 피해액은 800만원에 이르렀다. 박씨는 피해 사례를 모아 S식당 주인 안모씨를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S식당의 식권 60장을 손해본 박모(27·여)씨는 “피해액은 몇 십만원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고시생들에겐 큰 돈”이라며 “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님께 다시 손을 벌려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의 경우처럼 고시생을 상대로 식권을 판매한 이른바 ‘고시식당’ 부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도 신림동 H식당이 갑자기 문을 닫아 고시생 수십명이 피해를 봤다.

고시식당 부도 피해뿐 아니라 고시원이나 독서실에서 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해 고시생들이 억울하게 피해보는 경우가 많다.

본보가 확인한 신림동 독서실 13곳 중 월 이용료 9만∼13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은 단 2곳뿐이었다. 더구나 이들 가운데 10곳은 현금을 내도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았다. 독서실에서는 “단말기가 없다”거나 “카드 가맹점에 등록이 안 돼 있다”는 핑계를 댔다.

또 독서실 12곳은 밤 12시30분만 되면 고시생 의사와 관계 없이 일방적으로 불을 끄고 학생들을 퇴실시키고 있었다. 고시생들은 “밤 12시30분까지만 공부하라는 얘기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독서실 총무는 “신림동의 독서실연합회에서 그렇게 정한 것으로 안다”고 둘러댔다.

본보가 문의한 고시원 5곳도 모두 신용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했고, 고시식당 8곳 중 7곳도 신용카드를 받지 않았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32)씨는 “업주끼리 담합하고 있지만 고시생은 약자라 말도 못하는 형편이라 이곳은 완전히 세금 무풍지대”라고 털어놨다.

노용택 박지훈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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