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김수환과 추기경 김수환

사설

“(다음 대선에서는) 누가 되는 것보다 정권교체가 잘 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는 발언의 뜻은 아주 간단하다. 현정권이 재집권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국민이 믿을 곳은 한나라당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게 잘해 달라”고 했으니, 정권교체의 주역은 한나라당이어야 한다. 성직자가 할 말이 아니다.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장이나 할 소리다.

김수환 추기경이 정치적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최근 몇 해 동안은, 잊힐 만하면 정치 발언을 던져 집중조명을 받곤 했다. 그것도 매번 한나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였다. 2004년 박근혜 대표 방문 때는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의견을, 지난해엔 사학법 개정 반대 뜻을 밝혀 한나라당을 두둔했다. 탄핵정국 때는 촛불시위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성직자라고 현안에 대해 입을 다물라는 법은 없다. 인간을 억압하는 제도와 권력을 두고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게 성직자다. ‘하늘의 의로움’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인권을 억압해온 국가보안법 폐지나, 사학의 부패를 예방하기 위한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을 하늘의 의로움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번 발언은 아예 ‘정치인 김수환’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통령 후보가 여러 명 있어 불안하다. 지난번 경선 불복종 사태도 있었으니 각 후보가 정권교체를 더 중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파장을 우려한 서울대교구는 즉각 ‘비공개 면담에서 나눈 덕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며 강하게 유감을 표시했고, 한나라당은 군소리 없이 사과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김 추기경과의 면담 내용은 오히려 공개가 관례였다.

침략자 로마에게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물음에 예수는 동전에 새겨진 시저의 얼굴을 가리키며 이렇게 답했다.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로!’ 정교 분리의 원칙이 있었기에 세속법과 충돌할 때에도 敎會法은 존중받았고, 성직자는 敎會法을 지킬 수 있었다. 성직자가 정당 대변인 구실을 한다면, 敎會는 존중받을 수 없다. 세상의 구원을 운위할 수도 없다. 한나라당 대변인은 “우리 나라는 종교와 정치가 엄연히 분리돼 있는데 종교 지도자가 한 정당을 지지할 수 없는 일이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했다. 해명 삼아 한 얘기인데, 새겨들어야 할 이는 김 추기경이다.

[출처] 2006년 7월 28일


김수환 추기경 발언 파장

정권교체 잘돼야 나라 안정

김수환 추기경이 26일 ‘정권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듯한 ‘정치적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공식반응은 삼갔으나 일부 당직자는 “정치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추기경은 “한나라당에 대통령 후보가 여러 명 있어 불안하다. (차기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정권교체가 잘 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혜화동성당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예방을 받고 비공개 면담을 하며 “국민이 믿을 곳은 한나라당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게 잘 해달라”고 밝혔다고 유기준 대변인이 전했다.

김추기경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아슬아슬하고 한·미관계는 불안하다”며 “미국없이 통일을 할 수 있겠느냐. 우리끼리 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문제에서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다’는 이장관 발언을 옹호한 것에 대해 “미국에 욕은 할 수 있으나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추기경은 “임기 말에 이런 말을 한 것으로 대통령 인기가 높아질지는 모르나 그 말이 되돌아와 국가에 이익을 주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사학법 재개정 논란과 관련해 “ 문제가 되는 사학도 있지만 수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왜 문제를 만드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당직자는 “김추기경이 존경받는 종교계 지도자이지만 정치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말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절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김추기경측은 “덕담으로 한 얘기를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유기준 대변인은 추가 브리핑을 통해 “추기경이 한나라당 지지를 표시한 게 아니라 국민의 믿음을 얻는 정당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충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최재영·이용욱기자

[출처] ⓒ 경향신문 2006년 7월 26일


김추기경 면담내용 공개 유감

천주교

(서울=연합뉴스) 김수환 추기경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발언한 내용들을 한나라당이 언론에 공개한 것과 관련 천주교측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26일 한나라당에 따르면 김 추기경이 이날 혜화동 성당에서 강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한나라당에 대통령 후보가 여러 명 있어 불안하다. (차기 대선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 보다 정권교체가 잘 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노대통령의 이종석 통일장관 옹호 발언이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추기경 비서실에 확인한 결과 강 대표와의 만남은 40여 분 간 비공개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취임 인사 차 찾아온 강 대표에게 김 추기경이 덕담 수준으로 한 이야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또 "한나라당 측에서도 추기경 비서실로 전화를 해 비공개로 한 면담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천주교 主敎會의 측은 "김 추기경의 발언은 천주교의 공식입장이 아니라 사견일 뿐"이라고 말하고 "김 추기경이 한국 천주교에서 차지하는 위치 때문에 정치인이나 언론에서 특정 사회정치적 현안에 대해 추기경의 말을 듣고자 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것은 잘못 된 것"이라며 "김 추기경의 발언이 천주교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

[출처] 연합뉴스 2006년 7월 26일

생각하며....

김추기경이 이런 말은 다른당에서도 ....
Posted by 긴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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